부동산 뉴스

■ 대책 쏟아냈지만.. 집값은 못 잡고 전세난은 심화

막스키 2020. 12. 18. 09:37

2020년 부동산 시장 결산
전국 아파트 평균 매매가 6.64% 올라
'핫플' 세종시 가격 변동률 43.64% 1위
규제 폭탄에도 "지금 아니면 내집 못산다"
'패닉바잉' 현상에 '영끌' 주택자금 마련
임대차 3법, 세입자 주거안정 효과 기대
전셋값 67주 연속 상승.. "시장은 불안"

세계일보|박세준|입력2020.12.18 06:04|수정2020.12.18 06:04

 

지난 15일 서울 송파구 롯데월드타워 서울스카이에서 바라본 서울 시내 아파트 단지 모습. 뉴시스

2020년 한 해에는 유독 부동산을 둘러싼 이슈들이 화제의 중심이 됐다. 여타 업종과 마찬가지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건설업계가 타격을 입은 가운데 각종 부동산 대책이 쏟아져 나오면서 주택 수요자들의 이목을 끌었다. 수도권과 세종시의 집값이 치솟고 전세난이 심화하면서 정책 불신과 민심 이반으로 이어지기도 했다. 올해 부동산 시장의 흐름과 논란이 됐던 주제들을 정리해봤다.

◆강력한 정부 대책에도 집값 ‘요동’

17일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올해 1∼11월 전국 아파트 평균 매매 가격은 3억6679만원에서 3억9118만원으로 6.64% 증가했다. 지난해 같은 기간 0.39% 떨어졌던 것이 올해는 큰 폭으로 상승 반전했다.

올해 저금리 기조가 장기간 지속되면서 시중의 자금이 부동산 시장으로 몰렸다. 하지만 코로나19와 재건축 규제 여파로 아파트 신규 물량이 예년보다 줄었고, 각종 세 부담에 다주택자들도 관망세를 이어가면서 집값이 들썩이기 시작했다.

이에 정부는 5월부터 한 달에 한 번꼴로 부동산 대책을 쏟아내기 시작했다. 수도권 대부분을 조정대상지역으로 묶고, 재건축 조합원의 2년 실거주 의무와 규제지역 내 주택담보대출 시 6개월 내 전입의무 등이 담긴 6·17 대책과 종부세율 인상 및 다주택자의 양도소득세 중과세율, 취득세율 인상 등을 골자로 한 7·10 대책이 잇따라 발표됐다. 수요 억제 위주의 정책에서 벗어나 8·4 대책은 용적률 상향 등을 통해 수도권의 신규 주택을 늘리는 공급방안이 주된 내용이었다.

◆핫플레이스 세종, 30대 패닉바잉 등 신풍속도

여권발 천도론의 영향으로 세종시는 올해 전국에서 가장 인기 있는 부동산 명소로 자리 잡았다. 세종시는 올해 들어 아파트 매매가격 변동률(지난달 누적 기준)이 43.64%로, 전국 17개 지자체 중 단연 최고 기록을 세웠다. 세종에 이어 대전의 아파트 매매가격이 16.01% 오르며 2위를 차지했는데, 개발호재 등 다른 요인도 있겠지만 세종시와의 가격 격차를 줄이려는 ‘키 맞추기’ 현상이 집값 상승에 상당 부분 기여했다는 분석이 나올 정도다.

부동산 시장의 또 다른 신풍속도는 젊은층이 주택 매매시장의 큰손으로 자리 잡은 것이다. 올해 1∼10월 서울 아파트 거래 중 30대 이하의 매입 건수는 2만9287건으로 작년(1만4809건)의 2배로 급증했다. 이들이 앞다퉈 매매시장에 뛰어든 것은 집값은 계속 오르는데 각종 부동산 규제가 더해지며 지금 아니면 영영 내 집 마련을 못 하게 될 것이라는 불안감이 극에 달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이른바 ‘패닉바잉’(공황매수) 현상이다.

이때 주택담보대출과 신용대출 등 소위 ‘영끌’(영혼까지 끌어모음)로 주택 자금을 마련한다. 한국은행 통계에 따르면, 지난달 말 은행의 주택담보대출 잔액은 715조6000억원으로 전월 대비 6조2000억원 증가했고, 신용대출을 포함한 기타대출 잔액은 265조6000억원으로 7조4000억원 급증하는 등 역대 최대 상승률을 기록했다.

◆임대차법 논란에 전세난 가속

지난 7월 말 국회는 본회의에서 임대차 3법(전월세상한제·계약갱신청구권제·전월세신고제)을 처리했다. 내년 6월부터 시행되는 전월세신고제를 제외한 나머지 법안은 곧장 적용에 들어가면서 계약갱신청구권을 통해 임대차 기간이 ‘2+2년’으로 연장됐고, 재계약 시 증액할 수 있는 임대료 상한선이 최대 5%로 제한됐다.

새 임대차법은 세입자의 주거 안정성이 개선되는 긍정적인 효과를 불러왔다. 반면 2년 더 눌러앉으려는 세입자가 늘면서 전세 물량이 줄어들었고, 집주인과 세입자 간 분쟁이 급증하는 부작용도 낳았다.

전세난은 아직 진행 중이다. 전국 아파트 전셋값은 67주 연속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고, 전셋값이 다시 집값을 밀어 올리는 악순환이 이어지는 모양새다. 정부가 11·19 대책에서 다세대·호텔 등을 활용한 공공임대주택 공급 물량을 대폭 늘리고, 공공전세를 도입하는 방안 등을 발표했지만 언제 약발이 나타날지는 미지수다.

함영진 직방 빅데이터랩장은 “올해가 부동산 시장에서 복잡다단한 해였지만, 내년은 또 현 정부의 부동산 정책이 종합적으로 시행되는 시기”라면서 “전세난이 당분간 지속될 수밖에 없고, 매매시장을 자극하는 요인도 많아서 집값이 강보합세를 유지할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박세준 기자 3jun@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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